상담후기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로부터 상담받은 진솔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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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상담후기는 2019년 ㈔한국상담심리학회 ‘당신 곁의 상담심리사 콘텐츠 공모전 – 상담수기’에서 금상을 수상한 상담후기입니다.

#상담후기 1 ‘나를 있는 그대로 선물로 받아들이게 해 준 상담심리사’를 소개합니다.

발가락에 감각이 없을 것 같이 춥던 겨울, 대학 3학년이었던 저는 잦은 환청과 좌절감으로 상담실을 찾아갔습니다. 병원을 찾아가기엔 금전적인 상황이 넉넉지 않았고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교내에 붙은 ‘심리상담실 안내’ 현수막이었습니다. 이끌리듯 찾아간 그곳은 잔잔한 클래식과 연한 노란색 벽지로 둘러싸인 곳이었습니다. 저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어떤 분들이 상담하는 거냐 물었습니다. 안내석에 앉아 있던 분은 미소를 띠시며 ‘잘 오셨어요.’ 전문 자격이 있는 상담심리사들이며 비밀이 지켜지며 전문적인 심리검사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안내를 받고 편안한 마음으로 저는 긴 시간 심리검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렇게 약 1년여간 매주 1회 1시간 정도 상담실을 들렀습니다. 저의 상담선생님은 저보다 40년의 세월은 더 흘려보내신 것 같은 연배를 지니신 분으로, 짙은 보라색의 숄과 만년필, 둘만의 공간을 온기로 가득 채울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가지신 분이었습니다. 첫 만남은 상담선생님이 심리검사 결과지를 토대로 설명을 해주면서 저에 관해 물으셨던 것이었습니다.

몇 주 동안은 울고 환청을 거는 “까망이”에 대해 이야기 나눴던 것 같습니다. 재밌는 에피소드로 저의 상태가 많이 호전된 후에 제 친구의 이름을 언급했을 때 상담선생님께서 그분은 살아있는 사람이냐고 물어보셔서 박장대소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 누구에도 말할 수 없었던 까망이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누구에게나 마음의 쓰레기통이 필요해요.’라고 말씀하시면서 늘 진지하게 들어주셨습니다. 이상하고 나약한 게 아니라 평생 함께 살아갈 ‘나’를 이해하고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을 지금도 마음에 품고 살고 있습니다. 상담선생님도 선생님의 선생님과 동료들과 세션을 진행하면서 햇빛에 말린 이불과 같은 마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상담선생님을 더 신뢰하게 되었고 치료의 의지도 더 강해졌습니다. 상담하는 날을 기다리게 되었고 상담선생님을 만나기 전 일주일 동안 까망이에게만 말하던 것, 꿈을 꾼 내용 등을 상담선생님께서 숙제로 내주신 대로 종이로 옮겨 다음 세션에서 이야기 나눴습니다. 저는 부모님의 후천적 장애로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였고 책임감의 무게를 일찍 경험하였습니다. 그래서 저에 대한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터놓는 것이 나약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죽음을 꿈꾸며 자살을 상상했지만 제 주변에는 제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저는 학생회장을 하고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 일찍이 창업할 정도로 강인하고 밝은 사람으로 사회생활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심리상담 분야에 대한 전문성에 대한 의심이 많았습니다. 상담선생님과 일주일에 한 시간 이야기하는 거로 오랫동안 빗장이 닫혔던 내 마음이 달라질까, 늘 축축하고 찝찝한 마음이 산뜻해질까 의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상담선생님은 그런 저를 기다려 주셨습니다. 지난주에 대화한 내용을 메모하셔서 어떻게 하면 제가 좋아질까 고민하시는 이야기를 들으며 상담에 더 진지하고 솔직하게 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 까망이의 소리도 더 들리지 않게 되었고 상담선생님의 권유로 정신과에 내원하여 약물치료와 병행하며, 저는 1년여의 시간 동안 웃는 시간과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호통하게 웃고 넘어가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제가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제 주변에 크고 작은 일들로 고민을 털어놓는 선후배들을 보면 제가 섣부른 조언, 맹목적인 응원을 하기보다는 전문가와 상담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 권유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이고 전문적으로 우리가 겪은 일, 마음의 상태에 대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다녔습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울음’으로 시작합니다. 사람이 말을 할 수 없을 때도 울음은 본능적으로 도움을 청해야 할 때 엄마를 불러 도움을 받았던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될수록 울음은 그쳐야 하는 것, 참아야 하는 것, 때 쓰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어쩌면 내 마음이 도움을 청하는 것인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상담실에서 저는 어른이 된 저에게 앞으로도 쭉 마음껏 눈물을 흘려도 된다고 말해준 사람을 만났습니다. 울음은 건강한 것이고 울음을 어떻게 받아 드려야 하는지 상담을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더 큰 좌절과 삶에 대한 회의가 들 때가 많습니다. 필요할 땐 병원을 방문해 처방을 받기도 하지만 상담선생님과 했던 호흡법, 글쓰기, 같이 고민했던 방법들을 해보기도 합니다. 문제의 해결도 물론 기쁜 일지만 가장 큰 심리상담, 상담선생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은 때로는 마음이 아픈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돌봐 줄 수 있는 마음이 생긴 것과 그럴 때 손 내밀어 도움을 청할 곳을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본 상담후기는 2019년 ㈔한국상담심리학회 ‘당신 곁의 상담심리사 콘텐츠 공모전 – 상담수기’에서 입선한 상담후기입니다.

#상담후기 2 쉼표(,)

유난히 추웠던 겨울, 교내 상담센터 문을 두들겼을 당시에만 해도 심리상담은 부담스러우니 심리검사만 받으려 했습니다. 심리상담 제안을 받고서도 8주면 충분히 끝나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첫 심리상담은 뜨거운 여름까지의 긴 여정이 되었습니다.

저는 다소 몸이 약합니다. 아플 때마다 저를 보살펴주던 사람을 만나 처음으로 사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입학 후 타지 생활 속에서 그는 저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 사람은 저의 생일날 밤 큰 잘못을 했고,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의지했던 사람이 제게 고통을 안겨 주었다는 사실, 그리고 무기력하게 당하고만 말았던 저의 약함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마구잡이로 잊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날 밤, 그리고 그를 만났던 모든 순간 저의 행동이 이런 결과를 안겼다는 자책감에 괴로웠습니다. 그날 밤의 기억이 떠오를 때면 몸을 혹사시킬 정도로 공부를 했고, 아무 책이나 집어 읽었습니다. 어떻게든 떠오르는 나쁜 생각으로 덮어버렸습니다. 공부와 성적에 목을 매다 보니 정말 잊히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기억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헤어지던 날 제게 뱉었던 “너도 같이 했으면서 순결한 척하지 마!” 그 말이 수도 없이 떠올라 저를 찔렀습니다.

의지했던 사람도, 종교도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지켜왔던 신념마저 잃은 제게 남은 것은 좋은 학점뿐이라며 성적에 집착했고, 학교생활은 점점 부담이 되었습니다. 반복되는 기억 속에 수면제 없이는 단 한숨도 잘 수가 없었고, 밤마다 어떻게 하면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들키지 않고 죽을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상담선생님께서는 저의 이야기를 들으시곤 제게 수도 없이 말씀하셨습니다. 저의 탓이 아니라고. 잘 버텨주셨다고. 처음에는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살방지 서약에 묶여 죽는 것조차 맘대로 못하기에 원망스러웠습니다. 상담을 종결시켜 하루빨리 편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인지라 조금이라도 자고 싶어서 사실은 죽는 것이 두려워서겠지만 매주 심리상담을 나갔습니다.

그곳에서 상담선생님과 함께 사건을 마주 보았습니다. 밀려오는 자기혐오에 죽고 싶다 눈물 쏟을 때에도, 수면제 한 움큼 삼킨 날에도, 뛰어내릴까 온 밤 고민한 날에도 상담선생님은 “괜찮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항상 살아있어 감사하다.”라고 해주셨습니다. 다음 주에도 만나자고 약속했습니다. 억지로 울음 참을 때에도 휴지 건네주시며 “울어도 된다.”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그날의, 그리고 지금의 제 마음이 어떤지 항상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던 미련한 사람이었기에 “잘 모르겠어요.”라는 대답만 반복했습니다. 이러는 저 스스로도 답답했지만 선생님은 포기하시지 않고 매 순간 선택지와 숫자를 주시며 저 스스로의 감정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습니다. 감정 표현이 익숙하지 않은 저 대신 저의 이야기에 화내주셨고, 속상해주셔서 그저 묻고 싶은 일로 치부했던 이 사건을 괴로운 것이 당연한, 마땅히 분노해야 할 일로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의 가치는 훼손되지 않았음을 매번 일러주셨습니다. 여전히 저는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며, 의지했던 만큼 헤어지기 어려웠을 텐데 용기 있게 헤어진 강한 사람이라 말씀해주셨습니다.

심리상담은 상처를 넘어 성장하기 위해 제 자신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혹은 싫어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지금 행복한지 매일 밤 일기를 썼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저를 어린 시절부터 ‘내성적이고 예민해서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라 여겼습니다. 게다가 긴 병원생활로 친구관계에서도 자신감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사회성이 없고 말도 잘 못하니 사람을 만나는 직업은 피해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기 속의 저는 제가 지금까지 믿어온 저의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심리상담이 끝날 즈음엔 지금의 나 그리고 앞으로 되고 싶은 나를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을 공부하고자 하는 새로운 꿈을 위해 새롭게 일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자 막연한 우울은 점차 걷혔습니다.

저는 여전히 예민하고 걱정이 많습니다. 아직도 그날의 꿈을 꾸고, 그런 날마다 불안에 잠을 설칩니다. 하지만 자책에 빠질 때, 혹은 걱정과 나쁜 기억으로 잠을 설칠 때면 상담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대로 심리상담을 떠올립니다. 이전의 저였다면 불안함이 찾아올 때마다 스스로를 다그치거나 감정을 외면하고 저를 혹사시키며 억지로 불안한 마음을 잊었을 것입니다. 달라진 지금의 저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심리상담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하나 둘 떠올립니다. 이런 상황에선 어떤 말씀을 전해주셨을까? 알려주신 명상을 해볼까?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을 땐 상담선생님은 분명 제가 어떤 사람이든, 어떤 힘듦 속에 있던 제게 괜찮다고,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해주실 것임을 기억하며 불안을 마주 봅니다. 마지막 심리상담 날 상담선생님께서 전해주신 응원을 되새깁니다. 조급해하실 필요 없다고, 15주의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나 달라졌으니 다가올 겨울의 ○○씨도 그만의 방식으로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를 돌보고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아직 저는 부족하기에 상담선생님을 빌려 저를 다독이지만 스스로에게 “괜찮아!”라고 말하는 날을 맞이하기 위해 저를 사랑하길 연습합니다. 아프면 어때, 잠시 쉬었다 가자.

누군가에게 저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해본 경험이 처음이라 쉽게 마음 열지 않았음에도, 수없이 방황했음에도, 살아 꿈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상담선생님께 감사합니다.

본 상담후기는 2019년 ㈔한국상담심리학회 ‘당신 곁의 상담심리사 콘텐츠 공모전 – 상담수기’에서 입선한 상담후기입니다.

#상담후기 3

안녕하세요. 저는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그로 인해 극심한 공황 장애와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던 중 심리상담에 대한 권유를 처음 받았습니다. 하지만 심리상담을 받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누군가 나의 가장 아픈 곳을, 살면서 꼭 감추고 싶은 치부를 들춰내는 것은 아닐까….

상담선생님은 모르는 사람이고, 낯선 사람인데 내 이야기를 비웃는 것은 아닐지, 내 이야기를 듣고 다른 누군가에게 말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심리상담이라는 단어 자체가 제겐 두려움이었습니다. 제게 처음으로 심리상담을 권유한 사람은 제 동생이었습니다. 동생은 정신과 치료만 하고 있던 제게 심리상담을 통해 동생 자신이 좋아진 상황을 이야기해주었고, 동생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용기를 내어 심리상담을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의 관계가 쉽게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심리상담이 두 번, 세 번… 진행되면서 저는 용기를 내어 저의 아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심리상담이 끝나고 나면 진이 다 빠질 정도로 엄청 울었죠. 그 힘든 시기에 제가 심리상담을 시작하면서 점점 저를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소설을 쓰듯 50분이라는 시간에 하루하루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기 시작하였고 제 삶을 돌아보기도 하고, 제 주변에 사람들이 누구인지 하나하나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점점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알아가고, 그렇게 세상으로 조금씩 조금씩 나오게 되었습니다.

전 신데렐라였어요. 심리상담을 하는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제가 ‘신데렐라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세상에 홀로 버려진 채 여기저기서 던져지는 돌들로 인해 너무 아팠지만, 내색할 수 없는 그 현실은 저에게 공포였고, 너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나도 언젠가는 황금마차를 타고 무도회장에 갈 수 있겠구나. 나 자신을 아직도 사랑하고 있구나. 난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조금 더 힘을 내자,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부러지지 말자’라고 다짐했습니다. 심리상담을 하면서도 저는 세상으로부터 저를 지켜야 했습니다. 요술 할머니가 나타날 때까지 말이죠.

언제부터인지 일상 중 하나로 자리를 잡은 심리상담이 제겐 신데렐라의 요술 할머니가 되어버렸습니다. 심리상담은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편이 되어 내가 잠시 잊거나 놓치고 있는 부분을 찾아주었고, 상담선생님께 감사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심리상담을 받던 중 병원 지원이 끊어지면서, 심리상담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매주 제 일부가 되어버린 심리상담이… 아직 마차를 타고 궁전으로 가고 있는데, 마차가 호박으로 변할까 두려웠습니다. 비록 심리상담은 끝났지만, 저는 용기를 내어 힘들 때마다 제 마음을 상담선생님께 이메일 등을 통해 전했습니다. 상담선생님께서는 제 마음을 알아주셨고, 저는 조금씩이라도 마차를 타고 궁전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용기가 생겨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평범하고 행복한 삶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무도회장에서 왕자님을 만나 파티를 즐기는 시간도 잠시, 저에게 또다시 혼란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자정을 알리는 시계 소리였고, 저는 두려웠습니다. 황금마차가 호박으로 변하는 제 모습에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지속해서 심리상담을 하고, 약물치료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전 처음 저를 상담해주신 선생님과 여러 가지 사유 끝에 지금 상담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에겐 약물치료도 엄청 중요한 치료입니다. 하지만 약을 먹는다고 제 가슴에 있는 멍까지는 낳아지질 않더군요.

제가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 용기를 내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어서입니다. 내 마음은 내가 열어야 합니다. 너무 힘들죠. 마음을 여는 것, 그 어려운 마음을 열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있고 도와줄 수 있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누구의 아픔이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심리상담을 모르시거나 주저하시는 분들이 저의 용기를 보신다면 힘을 내어보세요. 할 수 있답니다. 할 수 없는 일은 겁쟁이가 호박조차 만져보지 못해서 앞으로 갈 수 없는 일만 의미하니까요.

여러분 누구나 신데렐라가 될 수 있습니다. 힘내세요.!!! 남들은 왜 행복한데 나는 왜~~!!라고 하지 마시고 당신 스스로를 사랑하면 용기가 생기고 상담 후 당신은 황금 마차를 타고 궁전으로 가고 있을 겁니다. 당신을 응원합니다.

본 상담후기는 2019년 ㈔한국상담심리학회 ‘당신 곁의 상담심리사 콘텐츠 공모전 – 상담수기’에서 입선한 상담후기입니다.

#상담후기 4 절망의 끝에서 만난 작은 희망

하루를 살아가는 게 너무도 버겁게만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은 웃으며 재미있게 살아가는데, 나만 온 세상 짐을 다 짊어지고 버티는 것처럼 고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직장에서 일 처리는 더뎌지고 익숙했던 것도 실수가 거듭되니, 자신감은 점점 떨어져 속으로 일을 그만둘 생각만 온종일 계속하게 되었다. 책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속 시원히 내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나아갈 길은 없고, 천 길 낭떠러지 앞에서 외로이 서 있는 것 같은 아득함을 느끼는 날이 이어졌다. 막막하고 답답함이 쌓여만 가던 중에 우연히 심리상담을 알게 되었고, 친한 분의 소개로 상담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첫 만남은 의례적이었다. 심리상담에 대한 안내와 동의를 거쳐 종이에 나에 대한 내용을 하나씩 채워가다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게 쌓인 감정과 아픔이 솟아올라 간단한 질문에도 답하기가 어려웠다. 설명할 수 없고 이해되지 않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 숨고 싶었지만 계속 도망치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상담선생님은 내 눈물을 이상하게 보지 않으셨다. 다만 그 시간을 늘 함께해주셨다. 항상 나 혼자 몰래 혹은 구석진 자리에 숨어서 겨우 숨죽이며 울던 내게 진심으로 다가와 울어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주셨다. 처음으로 남 앞에서 우는 내 모습을 부끄럽지 않게 생각할 수 있었고 그것이 내 치유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심리상담을 받는 동안 직장에서의 어려움은 더 커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불안의 증세가 몸으로도 느껴질 지경이 되었다. 두근거림이 가라앉지 않았고 세상이 흔들려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고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약은 신체 증상을 어느 정도 조절해주었지만 그뿐이었다. 때때로 찾아오는 극단적인 생각과 충동까지 막아주지는 못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고통이 끝날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나의 아픔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자의든 사고에 의해서든 외상이 있다면 차라리 남들에게 이해받기 쉽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거칠게 요동치는 마음을 간신히 다스릴 수 있었던 것은 상담선생님의 도움 덕분이었다. 심리상담이 마법이나 기적처럼 단시간에 나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장 힘겨운 순간을 나 혼자 오롯이 견뎌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서서히 바뀌게 되었다. 내 어려움과 상처를 상담에서 꺼내놓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한 주를 살아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상담선생님과 함께하는 수요일이 아니었다면 온전한 모습으로 생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매우 내성적이고 친한 사람들에게도 힘든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이라 처음에는 심리상담 시간에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다. 최근에 내가 힘들었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내가 그동안 살아온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놓기 시작하며 부담될 때도 있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심리상담이 끝나고 나면 왠지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매주 심리상담 시간마다 오랜 시간동안 꾹꾹 눌러 참았던 눈물이 터지듯 계속 흘러 눈이 부을 지경이 되어도 이상하게 후련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도 숨겨왔던 내 속마음을 상담선생님은 진심으로 살펴주시고 아픔을 이해하며 함께 나눠주셨다. 때로는 울면서 말하고 있는 내 모습이 민망하고 나의 짐을 떠넘기는 것 같아 죄송할 정도였지만 상담선생님은 부담스러운 내색 하나 없이 진지하게, 가끔은 친구처럼 다정하게, 아버지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것 같은 지독한 외로움과 고립감, 슬픔에 빠져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면서도 나는 늘 괜찮은 척 멀쩡한 척하며 내 자신을 속이다 보니 마음은 병들고 몸도 망가지게 되었다는 걸 상담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우울은 사랑이 지닌 결함’이라는 구절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사랑받고 싶었지만 채워지지 않았던 지난날의 결핍이 나의 현재를 좀먹고 있다는 것을 마주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며 살아온 시간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그러한 노력을 알아준 상담선생님이 곁에 계시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혼자서는 우울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이겨내려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심리상담을 시작하고 어느덧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남들에게는 사소하게 느껴지는 일을 겪으며 흔들리지만, 예전이라면 더욱 절망적으로 느꼈을 일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느껴지는 것은 심리상담 덕분에 마음이 조금은 단단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담선생님이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해주시고 나조차 미처 알지 못한 내 마음의 어떤 부분을 들여다보며 아픔을 알아차려 주실 거라고, 무엇보다 내게 힘이 되어 주실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공감은 엄청난 힘을 가진 것 같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덜 아프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경험은 매번 새롭고 놀라움을 준다. 아마도 거짓 위로나 누구든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한 마디에 진심이 담긴 말과 눈빛이 있었기에 마음의 치유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에는 상담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에 너무 흔하게 쓰이고 있지만, 진정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살피는 일은 상담심리사만이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좋은 상담선생님을 만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온통 잿빛으로 보였던 세상이 다채로운 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혼자가 아니라 곁에 누군가 함께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때로는 마음에 슬픔이 가득 차올라 힘겹고 비틀거릴 때도 있지만 계속 견뎌내는 중이다. 그리고 조금씩 삶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을 주는 상담선생님이 나와 함께하고 계시기 때문이다.